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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본 분과 이필렬위원(방송통신대 교수)의 에너지연대 세미나(2000.12)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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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너지와 한국사회
이필렬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양과정부)
- 차 례 - 1. 들어가는 말 2. 위기의 해결방법들 3. 한국의 경우 4. 맺는말
1. 들어가는 말
우리 인류가 현재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에너지 위기를 높은 원유가격과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위기는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한 기후변화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밀려오고 있다. 20세기에 전세계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급했던 에너지 자원 중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매장량은 앞으로 매년 현재 퍼내 쓰는 것만큼만 퍼낸다고 가정할 때 각각 40년, 190년, 65년 정도 사용할 양밖에 남아 있지 않다(이필렬 1999, 128면; Schindler/Zittel 1999). 물론 전세계에 존재하는 석유나 석탄의 양은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석유를 함유한 모래(oilsand),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석탄, 토탄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백 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채굴 비용이나 가공 비용이 매우 높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될 전망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미처 발견되지 못한 유전이 계속해서 발견될 것이기 때문에 고갈에 대해 그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아주 낙관적인 견해를 견지하는 다국적 정유업체나 학자들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자원 전문가들은 대규모 유전이나 탄광이 새로 발견되어서 에너지 고갈로 인한 위기를 멀찌감치 쫓아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문제는 명백하게 인류가 헤쳐나가야 할 당면문제가 된 것이다. 1990년대 말 배럴당 15달러 내외였던 원유가격이 (1998년 말에 원유가격은 10달러에 불과했다) 2년 후인 2000년 중엽에 35달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경제적으로 채굴가능한 석유 매장량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데에서 찾아야만 한다. 유가가 올라가면 OPEC 회원국들에게 원유증산을 요구하지만, 매장량이 한정된 것을 가지고 증산한다고 해야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에너지자원 연구자들은 인류가 이미 채굴가능한 석유의 절반 가까운 양을 퍼내어썼고, 그렇기 때문에 남아있는 가용 석유 및 채굴량이 점점 줄어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석유 부족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Schindler/Zittel 1999; Flavin 1999). 단기적으로 산유국들이 원유를 증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물량이 남아돌고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2010년부터는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석유로 인한 분쟁이 늘어난다고 보아야만 한다(Lovins/Hennicke 1999, 24면). 게다가 개발도상국 중에서 중국과 같이 인구가 대단히 많은 나라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이에 비례해서 석유소비가 증가하면, 석유확보를 위한 갈등과 이로 인한 가격 압력은 매우 거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1)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자원 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5.3%로 가장 높다. 이와 같이 높은 석유 의존도가 말해주는 것은 석유 물량의 부족이나 갑작스러운 가격의 폭등으로 전세계가 언제든지 혼란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석유의 비중이 60%가 넘고 이것을 모두 수입하기 때문에, 석유 고갈이 미칠 파장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클 것이다. 1) 지난 13년간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배 증가했는데, 이러한 증가추세로 중국은 1993년부터 석유 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앞으로 8년 후 다시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Tageszeitung, 2000년 9월 16일).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를 반박할 증거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세기초 서양에서 산업화가 진행된 이래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해서 증가하여 현재 대기중의 온실기체 농도는 그때보다 30%나 증가했다. 1000년부터 1800년 경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0.028퍼센트로 안정되어 있었는데, 그후 빠르게 늘어나서 1999년에는 0.036퍼센트가 된 것이다(Gra l 1999, 63면). 20세기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아산화질소, 메탄, 염화불화탄소 같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기체들의 대기중 농도가 급격히 증가해서 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다. 기후연구자들은 이러한 온실기체들의 증가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대기온도가 섭씨 0.5도 가량 올라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Gra l 1999, 38면). 국지적으로는 이것보다 훨씬 큰 온도상승도 일어났는데, 예를 들어서 유럽에서는 지난 25년간 평균기온이 섭씨 0.5도 상승했고, 서울의 평균기온은 지난 90년간 섭씨 2.5도 상승했다(이필렬 1999, Gra l 1999). 2) 이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온실기체가 방출되면 기온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해서 21세기에는 최소 섭씨 2도에서 최대 섭씨 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다. 2000년 11월의 헤이그 기후변화회의(COP6)를 앞두고 나온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라면 21세기말에는 최소 섭씨 1.7도 최대 섭씨 6.1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www.time.com, Time Daily 2000. 10. 26). 1990년대에 들어서 지구 평균기온의 최고기록이 4, 5차례나 깨졌고, 1998년이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는 사실은 기온이 계속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3)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전세계의 기후를 뒤흔들어 놓았고, 태평양의 도서국가들과 아열대 지역 국가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이들 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곤란을 겪고 있고 앞으로는 더 심한 어려움을 겪을 터인데, 4)기후학자들은 21세기 안에 해수면이 약 50센티미터 가량 상승하리라고 예측한다(Gra l 1999, 81, 95면). 온대와 아열대 중간 지역에 위치한 한국도 지난 몇 년 간 폭우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온난화가 더욱 진행되면 피해의 규모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5)기온이 올라감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모기떼 등의 극성으로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며, 태풍, 우박, 강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자들은 생태계는 지표면 부근의 대기온도가 십년에 0.1도 상승하면 이에 겨우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난다. 현재와 같은 추세의 기후변화는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2) 기후변화에 관한 자료는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인정하는 것까지 많은 다양한 나와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주로 Gra l의 책에 나오는 자료를 인용했다. Gra l은 독일의 기상학자로 1994년부터 스위스 주네브에 있는 유엔 산하의 "세계 기후연구 프로그램"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엔의 `대표기상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가 제시하는 자료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공신력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1990년대에는 지난 130여년 동안 있었던 열 개의 가장 더운 해 중에서 일곱 개가 속해 있다. 가장 더운 해였던 1998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1961년부터 1990년까지의 30년간 평균보다 1.25도 F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Hawken1999, 237면). 4) 19세말과 비교해서 현재의 해수면은 약 10-25센티미터 상승한 것으로 나와 있다(Lovins/Hennicke 1999, 16면). 5) 기상관측 시작 후 가장 더운 해였던 1998년에 한국도 폭우와 `게릴라성` 호우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는데, 전세계적으로 다른 해에 비해 대단히 많은 기상이변이 있었다.
2. 위기해결의 방법들
가. 원자력 에너지위기를 어떻게 타개해갈 것인가? 20세기 후반에 확립되어 수십 년 이상 훌륭하게 작동해 온 화력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집중화된 에너지 시스템의 포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지금까지의 에너지 사용 관행, 다시 말하면 에너지를 펑펑쓰던 관행을 바꾸기를 원치않는 사람들은 원자력을 더 확대해서 모자라는 에너지도 공급하고 온실기체 방출도 억제하자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원자력은 그것이 완벽하게 안전해질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원자력은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1차 에너지의 7%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가동중인 430개 정도 되는 원자로의 수를 1000개로 늘린다 해도 원자력이 담당할 수 있는 1차에너지의 비율은 15%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 85%는 여전히 화석연료가 담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되는 경제성있는 우라늄의 매장량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우라늄 매장량은 430기의 원자로에서 5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원자로를 1000기로 늘릴 경우에는 매장량이 20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원자력을 대안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매우 근시안적인 것이다(이필렬 1999; Schindler/Zittel 1999). 원자력이 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원자력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지연시켜서 위기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유엔환경계획(UNEP) 총재 클라우스 퇴퍼가(Klaus T pfer) 말하듯이 원자력의 확대로 인해 짧은 기간동안이라도 에너지 공급이 그럭저럭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면, 그만큼 대안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모색이 늦추어짐으로써 나중에 더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Die Zeit 44).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비용이 다른 발전소, 예를 들어 가스-증기 열병합 발전소 건설비용보다 다섯배나 높기 때문에, 원자력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는 높은 투자비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오래 가능한 한 많은 전기를 판매해야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도 원자력의 확대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대안 모색을 저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나 자극은 생겨나기 어려운 것이다(Lovins/Hennicke 1999, 26면). 그러므로 기후변화 억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들은 원자력발전을 하지 않거나, 하고 있는 경우에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6)
나.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그렇다면 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남은 길이란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 다른 한편으로는 원자력 이외의 에너지원 중에서 온실기체를 적게 방출하는 에너지원, 즉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개발해서 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유럽등지에서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독일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으로의 전환을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이라고 부르는데, 이들 유럽 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핵심내용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 전환이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온실기체 배출 감소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한 기존의 에너지원 고갈로 인한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에 기존의 에너지원으로부터 벗어나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덴마크나 독일처럼 전환에 적극적인 나라와 프랑스나 영국처럼 소극적인 나라 사이의 차이가 있지만, 화석연료를 넘어 재생가능 에너지 쪽으로 나아간다는 기본 방향은 확고한 것이다. 7)이러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첫걸음으로 유럽연합의 행정부격인 유럽위원회에서는 1990년대 중엽에 2010년까지 유럽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6%에서 12%로 두배 증가시킨다는 데 합의했고, 그후 이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서 2050년 경에는 50% 이상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했다(European Commission 1999). 6) 예를들어 유럽에서 온실기체 배출 감소에 적극적인 독일, 덴마크와 소극적인 영국, 프랑스를 비교하면, 독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2020년 경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덴마크는 원자력발전을 아예 하지 않는다. 반면에 프랑스는 대부분의 전기를 원자력으로부터 얻고 있고, 영국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원자력을 확대하지는 않지만 포기하지도 않고 있다. 7) 독일과 덴마크 중에서 독일은 석유와 가스 수입국이기 때문에 재생가능 에너지의 개발은 온실기체 배출 감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덴마크는 북해의 유전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여 수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미 에너지 자립을 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풍력발전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주된 이유는 온실기체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덴마크의 자체 배출 감축 목표는 2005년까지 1988년 대비 20%이다(Ministry of Environment and energy 1996). 유럽위원회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계획과 관련해서 1990년대 후반기에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에너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는데, 1997년 유럽위원회의 위탁을 받아서 나온 시나리오(Long-Term Integration of Renewable Energies into the European Energy System and its Potential Economical and Environmental Impacts)에는 2050년에 유럽에 공급되는 전체 일차에너지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95%로 증가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1990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Neue Energie, 1999 년 9월, 74-76). 지금까지 독일 한 나라만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시나리오도 부퍼탈연구소, 생태연구소, 연방의회 엥케트위원회, 연방의회 에너지2010 그룹, 프로그노스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것이 나왔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독일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와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고, 여기에서 내놓는 결과는 모두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에너지 전환`이 가능함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Fritsche/Timpe 1999; Fischedick/Hennicke 1996 ; Bundesumweltministerium 1999). 독일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생가능 에너지가 일차에너지의 2%, 전기의 5%를 담당하고 있는데, 독일 정부에서는 이 비율을 유럽연합의 합의대로 10년 후에는 두배로 늘리고, 그후 해마다 10%씩 늘려가서 2030년에는 30%, 2050년에는 50%로 증가시키려 한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온실기체 배출 감소라는 목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독일에서는 2005년까지 1990년과 대비하여 25%를 감소할 것을 계획하고 있고, 그후에는 10년마다 10% 이상 줄여나가서 2050년에는 최종적으로 80% 이상 감소하려 하고 있다. 8)1999년 10월에 독일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서 나온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을 통한 기후보호"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는 1995년을 기점으로 2050년까지의 에너지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데,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전체 에너지 소비는 40% 감소하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60%에 달하게 된다(Bundesministerium 1999).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면 현재 독일에서 연간 8억9000만톤씩 배출되는 온실기체는 2010년에는 6억5700만톤, 2030년에는 4억6000만톤, 2050년에는 2억톤으로 줄어 총 80%가 감소하게 된다. 8) 80% 감소라는 최종 목표는 IPCC와 독일 기후엥케트 위원회(Klima-Enquete-Kommission)에서 2050년까지 선진국에서 달성해야할 것으로 권고한 것이다 (Lovins/Hennicke 1999, 17면). 독일 정부에서는 이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어서 접근하고 있는데, 첫 번째 단계인 처음 15-20년간은 절약과 함께 열병합발전의 확대에 주력하고, 그 다음 단계인 나머지 30여년 간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에 힘을 쏟는다. 첫 단계에서 열병합발전은 전기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의 9%에서 25-30%로 증가하게 되지만, 이에 반해서 이 기간 동안 전체 일차에너지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10% 정도로 아직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풍력과 태양광 전기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서 2050년이 되면 전체 전기소비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의 비율이 63%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같이 재생가능 에너지의 장기간에 걸친 확대를 위해서 독일 정부에서는 1990년에는 `전력매입법`을, 2000년 4월부터는 `재생가능에너지법`이라는 법을 제정하여 재생가능 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진작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도입했다. 이 법의 입법취지와 목표를 규정한 조항에는 법을 만든 이유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것임이 명시되어 있다. 9) 그렇다고 해서 독일 정부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화석연료나 원자력과 가격경쟁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무작정 지원하려는 것은 아니다. 독일이나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국가는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세계의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시장확대가 이루어지면 생산비용도 크게 떨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경쟁력도 높아지리라고 보는 것이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의 입법취지에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제적인 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평가와 전망이 들어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지원하는 법의 도입에 의해서 "우선 풍력 부문에서 촉발된 시장의 융성은 거대한 수출 가능성을 지닌 훌륭한 산업의 형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는데, 그동안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독일에서만 2-3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타난 상승효과와 풍력발전기 생산자들 사이의 전세계적인 경쟁으로 인해, 1991년 이래 생산 비용과 실제 매입가격이 50%나 떨어졌다. 기술적인 발전에 따라서 세계시장에서의 수요는 다음 10년 동안 풍력발전기의 경우에만 십만 메가와트 이상의 규모를 지니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가능 에너지의 시장 진입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되는 산업정책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의 기후문제로 인해서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세계적인 필요가 점점 큰 규모로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9) 독일에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과 그 목표는 2000년 4월 1일에 발효된 `재생가능에너지법`(Erneuerbare-Energien-Gesetz)에 명문화되어 있다. 이 법의 제1조에는 "법의 목표는 기후보호와 환경보호를 위해 에너지 수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201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적어도 2배로 늘린다는 유럽연합과 독일연방공화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수급에서의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입법취지에서는 "기상학적으로 좀더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된 지구대기의 가열과 지구 전역에서의 자연재해 증가는 입법기관에서 환경보호와 기후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것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은 독일 환경부의 홈페이지(www. bundesumweltministerium. de), 독일 풍력발전연합회의 홈페이지(www.bwe.de)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 에너지시나리오 여기서 우리는 에너지 시나리오라는 개념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은 겨우 10여년 전부터 받아들여져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 에너지 경제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은 에너지 예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예측과 시나리오는 모두 에너지 수요가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연구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두 개념은 서로 크게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다. 에너지 수요 예측이란 과거의 수요 전개과정으로부터 미래의 추세를 끌어내는 것으로, 주로 정부차원의 에너지 공급계획을 결정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예측에서는 대부분 에너지 수요가 단순히 과거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기존의 기술로써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반해서 에너지 시나리오란 에너지 필요량의 전개를 그 원인을 제시하면서 탐구해내는 것이고, 시나리오에서는 수요나 공급 차원에서 대안적인 것의 고려나 특정한 가정 -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을 포기할 경우, 재생가능 에너지 지원 정책을 통해 그 비율을 높일 경우 같은 - 위에서의 수요-공급 전망도 허용된다. 그러므로 에너지 수요예측은 대체로 한가지밖에 나올 수 없지만, 시나리오의 경우는 여러 가지 가정을 도입하면 그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얻어질 수 있다. 에너지 시나리오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들은 주로 대안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이들의 시나리오에는 원자력을 포기하는 등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도 크게 반영되었다. 이들의 영향으로 에너지 시나리오의 특성상 1980년대 중엽 이래 지금까지 많은 연구기관에서 아주 다양한 에너지 시나리오가 나왔다. 그리고 이들 시나리오는 연구자나 연구기관들의 에너지 문제를 보는 입장이나 전제 등에 따라 에너지 수요 증가율, 개별 에너지원의 비율 등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연구기관에서도 여러 다른 가정으로부터 출발해서 여러 개의 다른 시나리오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시나리오인데, 여기서는 핵에너지의 이용 여부, 지속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여섯 개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10) 한국의 경우 에너지 시나리오라는 개념은 거의 정착되지 않은 상태인데, 한국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도 과거의 에너지소비 증가에 비추어서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부응해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들도 정부의 에너지 공급계획을 보조하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장기적인 전체 에너지 수급 계획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전력의 경우에만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15년 정도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추어서 발전설비를 확충하려는 계획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석유나 가스의 경우에는 이것들이 모두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의 비축물을 보유하는가라는 계획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수급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지역분쟁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과 그때그때 대증적으로 대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폭등하면 크게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10) WEC의 시나리오 중에서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에는 2050년에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를 넘어서고, 2100년에는 80%에 달하게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들이 인류가 추구할 만한 현실성 있는 것으로 제시한 시나리오에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2050년에 약 30%, 2100년에는 60%가 넘는 것으로 되어 있다(Die Zeit 2000. 1. 5; www. worldenergy.org).
라. 에너지 산업체들의 움직임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움직임은 유럽연합 국가들의 정부 차원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확산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기존의 에너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 수밖에 없는 거대 다국적 석유회사들 중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전환으로 생겨날 미래의 잠재적 거대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석유기업 셸(Shell), 영국석유(BP), 미국계 기업 엔론(ENRON) 등이다. 물론 이들 기업과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석유산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엑슨(Exxon)은 "석유 매장량은 바닥을 드러낼 줄 모른다"는 주장을 펴면서 지금까지의 진로를 조금도 바꾸지 않으려 하지만, 셸이나 영국석유는 얼마 안 있으면 석유가 바닥날 것이고 지구온난화도 명백한 현실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재생가능 에너지 쪽에서 대안과 사업 영역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Schindler/Zittel 1999; Flavin 1999). 이들 기업 중에서 엔론은 이산화탄소세의 도입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유럽 기업협의회`(European Business Council for a Sustainable Energy Future)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광전지와 풍력발전기 생산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독일에서 파산 상태에 돌입한 타케(Tacke)라는 풍력회사를 인수하여 유럽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영국석유는 1997년 쿄토 기후회의가 열리기 전 기후보호를 위한 정치적 조처의 도입을 막기 위한 미국의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의 로비단체인 `세계 기후연합`(Global Climate Coalition)으로부터 탈퇴하고 나서, 회사의 대표가 온실효과에 대해서 인류가 크게 우려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발표를 하는 등 기존의 전통적 석유회사의 모습과는 크게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후 태양광전지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서 수년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광전지 생산회사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셸은 이미 1995년에 북해의 석유채취 플랫폼 브렌트 스파(Brent Spar)를 바다에 침몰시키려는 계획을 독일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불매운동에 부딪쳐서 포기한 바 있는데, 이러한 사태 또한 셸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태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셸은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브렌트 스파 사태가 셸의 방향전환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은 아니고, 방향전환을 빠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셸이 주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태양광발전 사업이다. 셸은 이 분야를 지금까지의 주요 사업영역이었던 네 개의 다른 분야와 동등한 위치에 놓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셸에서는 독일정부의 지원을 받아 1999년 11월 독일 루르지역의 겔젠키르헨에 세계 최대의 태양광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고(연간 생산용량 10메가와트, 최종 완공후 연산 25메가와트), 아프리카와 같이 전력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은 지역에 독립적인 광발전시스템을 판매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셸에서는 태양광전지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배경이 석유고갈보다는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더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다른 기업체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을 억제할 목적으로 독일정부가 도입한 생태적 세제개혁을 찬성하고 있다. 셸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1994년에 자체 연구진을 통해 2060년까지의 에너지 시나리오를 작성했는데, 그 중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절반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연구 주체가 다국적 석유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나오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이 기후변화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독일 생태연구소에서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6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로 인해 2000년의 500엑사줄(EJ)에서 1500엑사줄로 3배 가량 증가하는데, 그 중 60% 가량이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족되고, 태양에너지의 비중은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가장 높은 20% 정도로 늘어난다. 셸은 바로 여기에 사업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여 태양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고, 2010년까지는 세계 광전지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광전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은 아직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비용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오지만, 11)앞으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과 미국시장,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의 시장이 확대되면, 대량생산과 계속적인 기술혁신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생산가격의 인하를 가져올 것이다. 셸에서는 1997년의 전세계의 광전지 모듈 판매량이 120메가와트였지만, 2010년에는 1.5-2 기가와트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이 연간 약 22퍼센트씩 확대되는 것이다. 유럽위원회 백서에서는 유럽의 경우 2010년까지 연간 30%씩 시장이 확대되어 3기가와트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전망하는데, 셸에서는 이런 식으로 광전지 시장이 확대되면 그와 동시에 생산비용이 해마다 6%씩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10년에는 비용이 약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발전단가는 현재의 유럽 전기소매가격의 4배 가량 되지만, 생태세 부과를 통해서 전통적인 발전방식의 발전단가가 상승하고 후속 생산비용 인하가 이루어지면, 2010년대에는 태양광발전이 정책적인 지원을 등에 업지 않고도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Varenholt 1999). 11) 태양광발전에 의한 전력생산의 경우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당 약 900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유럽의 전기소매가격은 평균 120원 꼴이다(Varenholt 1999). 셸이나 영국석유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방향전환은 이들 기업이 거대기업이고 석유회사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기여한 바는 이러한 거대기업들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훨씬 크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광전지 생산보다는 초기자본이 적게 들어가고 사업규모가 작은 게 더 유리한 풍력, 태양열 집열판, 바이오매스 이용 등에 투자해서 재생가능 에너지원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풍력의 경우에는 독일에서 1980년대에 환경의식이 높고 따라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지닌 사람들이 창업한 소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시장의 급속한 확대로 꽤 큰 기업으로 성장했고, 숫자도 대단히 많이 늘었으며, 생산분야도 매우 다양해졌다. 덴마크에서도 작은 규모로 시작한 풍력발전기 생산회사인 베스타스(Vestas)가 2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 생산회사로 성장했다. 덴마크는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북해의 유전개발에 참여해서 현재는 석유와 가스 수출국이 되었고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지만, 온실기체의 배출 감축을 위해서 풍력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풍력발전은 화력발전과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기 때문에, 소기업 중심의 풍력발전기 생산은 90년대에 들어와서 급속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덴마크에서는 베스타스와 같이 풍력발전 기술과 풍력터빈 수출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기업이 배출되었고, 1999년에는 덴마크의 풍력발전 용량이 1800메가와트 가까이 증가하여 덴마크 전체 전력수요 중 10% 가량이 풍력으로 공급되었다. 2030년에는 덴마크 전체 전력 수요의 50%가 풍력으로 충당될 계획이 세워져 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덴마크의 풍력발전 용량은 5500메가와트를 넘게 된다(Ministry of Environment and energy 1999).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풍력발전 용량을 가지고 있는 독일에서는 1998년에 풍력으로 전체 전력수요의 1.5% 가량을 공급했는데, 이 비율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서 2010년에는 약 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2) 12) 독일의 풍력발전 용량은 1990년에는 10메가와트도 안되던 것이 1991년에 98메가와트로 증가했고, 1992년에는 167메가와트로, 4년 후인 1996년에는 그 10배인 1547메가와트로 증가했다. 이러한 급속한 증가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2000년 말에는 전체 발전용량이 6000메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www.BWE.de). 앞으로는 증가속도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독일의 풍력산업계에서는 2010년까지 해마다 20% 이상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풍력발전이 이러한 추세로 증가하면, 2000년에는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의 2%를 공급할 것이고, 2010년에는 8% 이상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Bundesumweltministerium 2000, 이러한 풍력발전 시장의 확대에 힙입어서 풍력발전의 단가도 계속해서 떨어졌으며, 앞으로도 단가가 낮아지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풍력발전의 경쟁력은 화력발전보다 월등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1> 한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일인당 연간 전기 소비량 (단위: kWh)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4
한국 4510 5139 4890 5439 6000 6690 6550 7200
독일 6690 6426 6207 6223
이탈리아 4230
스페인 4300
스위스 7800
7775 7987
※ 출전: 세계 에너지기구, 한국전력
<표2> GDP 1달러당 전기 소비량 (1997년) (출전: 세계에너지기구)
전기(kWh) 에너지(toe)
한 국 0.58 0.43
일 본 0.30 0.15
독 일 0.29 0.19
영 국 0.31 0.21
이탈리아 0.23 0.14
스 페 인 0.30 0.19
3. 한국의 경우
가. 한국의 에너지 소비수준 현재 한국의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3배가 넘는 일본이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석유로 환산해서 일인당 연간 약 4톤에 달하는 일차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데, 일본이나 독일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13)일인당 전력소비량을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1996년에 1인당 연간 4510kWh, 1997년 5139kWh, 1998년 4890kWh, 1999년 5439kWh를 소비했는데, 한국전력에서 나온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소비량은 앞으로 7,8년 간 해마다 약 4-7%씩 증가하여 2002년에는 일인당 6550kWh, 2004년에는 일인당 7200kWh, 2008년에는 8390kWh에 달하게 된다. 14)한국 정부에서는 설비용량도 이에 맞추어서 단순하게 증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 계획에 따르면 1998년에 4377만 킬로와트였던 것이 2005년에는 6459만 킬로와트, 2010년에는 7642만 킬로와트, 2015년에는 8256만 킬로와트로 증가하게 된다(산업자원부 1998). 에너지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외국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에너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기존의 수요예측, 설비증설 계획이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인당 전력소비 수치를 유럽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비교하면 1996년의 수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4230, 4300kWh를 이미 넘어섰고, 2000년에는 독일의 1999년 수치인 6223kWh와 거의 맞먹게 된다. 그리고 2004년에는 7200kWh로 스위스의 1998년 수치인 7775kWh에 근접하게 된다. 여기서 독일이나 스위스, 이탈리아의 경우 이미 전력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있기 때문에 소비량은 2000년대에도 거의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2002년이나 2004년의 일인당 소비량도 1999년의 것과 거의 다를 바 없을 것이다(표 1 참조). 13) 독일에서는 일차에너지 소비가 조금씩 줄어가고 있는데, 1997년에는 석유로 환산해서 일인당 연간 약 4.2톤을 소비했다. 일본은 약 4톤을 소비한다(www.iea.org). 14) 1998년에는 금융위기로 전력소비가 일인당 연간 4890kWh로 감소했지만, 1999년 경제가 조금 좋아지자 일년 동안 전력소비가 11%나 증가했다. 이것은 1997년에 비해서는 5.8%가 증가한 양이다. 2000년의 경우 1월부터 8월까지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전년도에 비해 13.3%를 기록했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2000년의 전력소비량은 일인당 6000kWh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www.iea.org). 한국은 2002년이 된다 해도 일인당 소득이 스위스의 4분의 1, 독일의 3분의 1, 이탈리아의 2.5분의 1밖에 되지 않을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한국은 소득에 비해 전기를 엄청나게 과잉 소비하고 있다는 결론이 얻어진다. 다시 말해서 전력의 생산성이 이들 나라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단순하게 예측치에만 의존하면 2008년에는 일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8390kWh가 되어 스위스의 일인당 소비량까지도 크게 웃돌게 된다. 전력 생산량이 이런 추세대로 증가하면 2010년에 한국은 산업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전기를 헤프게 쓰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표 2 참조) 전력생산 계획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0년대에 증가할 전력 소비량은 거의 모두 원자력이나 화력으로 채우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에너지 문제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입안자들은 전력수요가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이것을 화력이나 원자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서 충당하겠다는 기존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아주 잘 사는 나라인 독일이나 스위스 등은 더 이상 특별히 잘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현재의 부를 받쳐주는 지구환경적인 기반이 무너지므로 이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반면에 한국은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우선 경제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계에서는 종종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은 지구온난화에 쓸데없이 관심을 쏟을 필요가 없고, 그러다보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정부와 산업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때문에, 한국은 기후변화문제에 관심을 쏟는 것보다는 경제발전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고, 에너지 절약이라는 것도 경제발전과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만 생각한다면 국제 원유가격이 다시 80년대와 같이 14불 수준으로 떨어지면 그때는 에너지 절약이니 재생가능에너지니 떠들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에너지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고유가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없어졌으니, 에너지를 더 많이 써도 나쁜 영향이 없을 것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새롭게 연구개발하고 확대하려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미 채굴가능한 석유의 절반 가량이 사용되어 없어져버렸고 산유량이 장기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한 마당에, 한국에서 에너지 소비를 계속 늘려나가기만 한다면 앞으로 석유의 절대량 부족이라는 사태로 초래될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유럽 선진국들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몇 년 후면 유럽 국가들보다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금과 같이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개발이나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구조조정`(기술개발, 에너지절약형 생산공정으로의 전환, 건축등에서의 절약)을 등한시하고 소비를 계속 늘려나기만 하면, 얼마 후에 닥칠 화석에너지 부족사태를 당해서 사회 전체가 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 예상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점점 더 심해져서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기상이변이 벌어지게 되면, 한국은 온실기체 감축 노력은 하지 않고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에만 몰두해온 나라로서 전세계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 한국에서의 `에너지전환` 가능성 한국이 경제성장을 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의 생각대로 에너지 수요나 전력 수요가 필연적으로 증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설사 어느 정도 증가한다 해도 그 증가분을 화력이나 원자력으로만 채울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전력의 이용효율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수요관리를 하고,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하면 수요증가를 줄일 수 있고, 화력이나 원자력의 비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코드를 빼지 않은 채 가전기기를 껐을 때 기기에 흐르는 대기전력으로 쓸데없이 낭비되는 전기만 줄여도 원자력발전소 반개 내지 1개 정도는 필요없게 되고, 15)제주도 같이 바람의 자원이 풍부한 섬 지역은 모두 풍력발전으로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16)그리고 한국은 중부 유럽지역보다 태양에너지 자원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난방과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양에너지의 가용량이 얼마인지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독일의 경우 태양에너지로 생산가능한 열생산량은 독일 전체 열소비량의 45%. 태양광발전 가용 잠재량은 독일 전체 전기소비량의 1.2배로 추정된다 15)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 20인치 텔레비전의 전력용량은 약 80W이고, 대기전력은 약 10W이다. 텔레비전의 일일 사용시간이 세시간일 경우 연간 사용전기 = 80W*3시간/일*365일 = 88kWh에 달한다. 이에 비해서 연간 대기전력 = 10W * (24-3)시간/일 * 365일 = 77kWh나 되어 대기전력이 사용 전력과 거의 같게 된다. 이 양은 30W 짜리 전구를 매일 일곱시간씩 켰을 때 소비되는 전기와 같다. 16)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 부존량은 5.81 * 109kWh로 1995년 제주도의 전체 전력소비량의 5.5배, 가용량은 9.98 * 108kWh로 약 0.95배이다(제주도 1998, 4면). (Kaltschmitt/Wiese 1996). 독일과 비교할 때 한국의 일조량은 독일의 1.5배가 넘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양에너지 잠재량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하면 열과 전기의 상당 부분을 태양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발달과 산업구조라는 측면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면 원자력산업 같은 거대 산업을 유지할 때보다 기술개발과 고용증대라는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풍력산업계에서는 앞으로 세계의 풍력시장이 4년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여기에 필요한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덴마크, 독일, 미국 같은 나라가 공급하고 있다. 만일 한국이 세계 풍력시장의 일부라도 점유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은 대단히 클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얼마든지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하기 쉽지 않은 탓에 행정당국에서 처리 방법을 놓고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음식물 찌꺼기는 훌륭한 생물자원 에너지이다. 이것을 발효시키면 전기와 난방, 온수용 열을 얻을 수 있고, 발효를 거치고 난 것은 농사용 거름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발효시켜 비료로 만드는 일은 여기저기에서 하고 있지만, 아직 에너지를 얻는 시도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기질 쓰레기를 이용해서 전기와 열을 얻는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서 보급되고 있는 중이다. 독일의 예를 들면, 프라이부르크 시에서는 시 전역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모두 모아 열병합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세워서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전기의 양은 연간 650만 kWh에 달하고, 열의 양은 1200만 kWh에 달한다 (Neue Energie 1999년 9월, 88면).
4. 맺는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성공하여 셸 시나리오나 `세계에너지협의회`의 시나리오와 같이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이 50% 이상에 달하게 된다 해도 에너지 위기가 해결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의 두 시나리오에서는 세계의 에너지 사용 증가속도를 높게 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월이 흐를수록 전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렇게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을 자명한 것으로 놓고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은 지금과 같거나 조금 줄어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는 조금씩 감소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대량이 줄어들지 않고 인류가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장기적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위험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광전지를 이용해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할 때 건물 지붕이나 빈 땅에 많은 수의 광전지 모듈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해안과 바다 여기저기에 대단위 풍력발전 단지를 세울 경우에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생물에너지를 이용한다고 에너지 생산용 식물을 대규모로 재배할 경우에도 생태계에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 연료를 생물에너지로 공급한다고 하자. 브라질에서는 이미 자동차 연료를 석유가 아니라 사탕수수로부터 얻은 에틸알코올로 충당한다. 그리고 그 결과 브라질의 하천과 토양이 상당히 오염되고 있다. 그런데 천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남한이라는 좁은 땅에서 그 연료를 알코올로 충당하려 한다면 대규모 작물재배 단지와 알코올 생산공장으로 인해 하천.토양.대기가 심하게 오염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레스터 브라운(Lester Brown)이나 크리스토퍼 플래빈(Christopher Flavin) 등은 수소가 `에너지 전환`에서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가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해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Brown 2000; Flavin/Seth 1998). 수소는 연소할 경우 물만을 생성한다. 그러므로 화석연료와 달리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도 방출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지금은 수소를 저장하고 수송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화석연료와 같이 난방이나 취사 연료, 내연기관의 연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연료전지에 통과시키면 전기와 난방열도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는 연료전지가 오염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청정에너지 공급장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지금 단계에서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얻는 것이고, 이 변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청정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 수소를 자동차, 연료전지, 난방, 취사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산화탄소와 황 산화물 등이 조금도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 시스템이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인류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경우에는 수소의 대량 생산과 대량 수송, 대량 저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수소를 대량으로 연소시키면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하여 대기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로 인해서 우려할 만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수증기는 중요한 온실기체이다. 그러므로 대기중의 수증기 농도가 증가해도 이산화탄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온실효과가 일어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여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듯이, 수소 사용으로 대기중 수증기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독일의 기후학자는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인류가 주 연료를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로 바꾸었을 때 그 부산물인 수증기가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한쪽으로만 치우친 기술주의적 해결책에 대해서 경고한 바 있다(Spiegel Online 2000. 12. 5). 결론적으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케하는 산업체제와 기술주의에 입각한 대규모 에너지 소비체제가 지속되는 한 에너지 위기는 아무리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한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즉 인간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산업체제가 변화하여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절대량이 줄어들지 않는 한, 우리가 에너지 위기로부터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다. 기술주의에 입각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사람들은 간혹 사하라 사막에 대규모 태양열,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유럽 등지로 수송해서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란 에너지의 대량 소비체제와 원자력발전을 넘어서 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를 극복하자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나 풍력의 대규모 이용으로 에너지의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존속시키는 것은 애초의 선한 의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면한 에너지 위기는 재생가능 에너지에 바탕을 두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이 분산적, 민주적인 형태의 시스템 속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우리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이중의 방향에서 모색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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