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고위급회의’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주제로 15일 시작됐다.
고위급회의는 당사국총회 기간 중 개최국 주도로 열리는 최고위급 포럼으로 장관급 각국 대표들이 참석해 이번 총회의 최종 성과물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이번 회의는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 브라울리오 디아즈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총장, 나오코 이시이 지구환경금융(GEF) 의장 등 20여개국 주요 국제기구 수장과 50여개국 환경장관을 포함한 150여개국 당사국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 윤성규 환경부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정부 대표단과 국회의원, 학계, 산업계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15일 열린 회의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지속가능발전과 생물다양성 목표의 통합(주류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과 창조경제 ▷평화와 생물다양성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토의를 진행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세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한국의 기여,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평화협력, 접경지역 보호를 위한 ‘평화와 생물다양성 다이얼로그’ 제안 등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정 총리 “생물다양성 보전 ODA 2배 늘린다”
이날 정 총리는 “지금처럼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지구상의 생물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라며 “한국은 앞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공적개발기금(ODA) 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UNDP 헬렌 엘리자베스 클라크(Helen E. Clark) 총재는 “평창로드맵 채택이 2015년 이후 UN 개발의제 설정 논의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반영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 평창로드맵을 꼽았다.
실제로 이번 총회의 고위급회의 결과물인 ‘강원선언문’에는 UN POST-2015 개발의제에 생물다양성 반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각국의 환경정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생물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인식제고, 교육, 정책전환 등 개별국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지원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생물다양성 재원 이동에 대해 개도국은 2006~2010년 평균보다 2015년에는 두 배, 2017년에는 추가로 또 두 배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2015년 또는 2020년까지 두 배 확충하고 당사국에게 자국 내 재원동원령을 요청하고 있다.
개도국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지만 적절한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개도국들은 무분별한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파괴는 산소공급원의 축소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행위다.
또한 무분별한 해양생물의 남획 역시 생물다양성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해양생물 상당수가 이미 멸종됐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직업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 역시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한국은 원양어업 분야에서 무분별한 남획으로 악명을 떨쳐 미국으로부터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으며 EU 역시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고 연말에 최종심사가 열린다.
선진국, 나고야의정서 비준 꺼려
아울러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기는 했지만 총회 의장국인 한국을 포함해 나고야의정서 당사자인 일본과 미국 등이 모두 비준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그간 생물자원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윤을 얻던 선진국들이 나고야의정서에 참여하면 개도국에 유전자원 이용에 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로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개도국은 대부분 참여했지만 선진국들은 아직 망설이고 있고 특히 미국은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으로도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토착민들에게 전통지식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냐 역시 논란거리다. 전통지식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대신 토착민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면 그 자체로 자치권을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중국과 같은 나라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 총회 개최를 계기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 환경협력 의지를 표명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와 참여 확보에 성공했다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적으로 DMZ와 같은 접경지역에서 생태계 보전이 관련 국가간 관계 개선과 지역 내 평화증진에 기여한 사례를 고려해 생태계의 보고인 DMZ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생태·협력·평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는 ‘평화와 생물다양성 다이얼로그(Peace & Biodiversity Dialogue)'를 제안해 접경보호지역에서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평화증진의 조화를 위한 양자적·다자적 논의의 틀을 구축했다.
아울러 이번 총회가 개최되는 시기적 중요성을 반영해 고위급회의 결과물로서 총회 10년 만에 정치적 선언문인 ‘강원선언문’을 채택하고 17일 막을 내릴 예정이다.
<환경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