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토의정서 수개월내 발효가능성 높아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미국이 전세계 비판 여론을 외면한 채 교토의정서를 탈퇴한데다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미루어 교토의정서 발효가 물 건너간 상태에서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개막되었다. 기후변화를 막을 초석이 될 교토의정서가 빛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요하네스버그 회의가 빈곤과 환경의 문제를 해결할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새롭고 진전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요하네스버그 회의가 열리자마자 에너지는 여전히 중요하고 뜨거운 의제로 부각되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위협인 기후변화를 막는 희망이 에너지 논의에서 나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한 큰 틀이 에너지 논의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유럽연합(EU)은 그린피스(GreenPeace)나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같은 국제환경단체들도 깜짝 놀랄 파격적인 제안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전세계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15%까지 높이고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대한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보조금을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하면 이것은 국제환경단체가 줄 곧 주장해 온 2010년까지 전세계 1차 에너지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10%까지 높이자는 제안이나 지난 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2010년까지 유럽연합에서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12%로 높이자는 합의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재생가능에너지 촉진안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빠뜨리지 않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유럽연합의 제안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제안은 안을 들여다보면 환경단체들의 주장보다 혁신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연합의 제안은 전통적인 바이오매스 이용을 포함하는데 개도국에선 전통적인 바이오매스가 1차 에너지공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세계 에너지의 1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것은 그리 급진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안에 대해 예상했듯이 자국민의 복지 우선을 이유로 교토의정서마저 탈퇴했던 미국은 물론 화석연료 체제의 지속을 바라는 석유수출국 기구(OPEC) 회원국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개도국들도 유럽연합의 제안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유럽연합은 다시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201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5%까지 높이거나 지금보다 2% 높일 것을 제안했으나 미국과 개도국들은 구체적 권고치의 설정을 완강히 반대하였다. 결국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 에너지분야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며, 빈곤 인구에게 에너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보조 철폐와 세제 개편을 통해 에너지 시장의 왜곡을 제거하자는 `당위`를 합의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에너지분야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요하네스버그회의에서 러시아와 캐나다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교토의정서는 멀지 않아 생명력을 발휘할 것이다. 러시아와 캐나다가 비준한다면 교토의정서 비준 조건이 충족되어 90일 후에 발효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과 호주만이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고립된 국가로 남게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번 회의는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는 혹평을 들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빈곤 문제와 함께 에너지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조된 것도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위주에서 탈피하여 재생가능에너지 위주로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획득한 것은 앞으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론적인 합의에 그친 만큼 요하네스버그회의 결과가 국내 에너지분야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한편, 한국도 외형상으론 재생가능에너지전기를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를 높여 잡는 등 세계적인 흐름에 뒤지지 않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전력수급계획이나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재생가능에너지가 들어 갈 틈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에너지정책의 바깥에서만 재생가능에너지가 따로 취급되는 식이다. 가까운 미래에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세계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경쟁에 돌입할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안도 기존 에너지정책 내부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상기 내용은 본 위원회 제3호 뉴스레터 `WSSD 이후, 우리의 미래 - WSSD의 쟁점적 분석` 파트에도 실려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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