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진 속 인물은 1896년 미 서부에 살던 아메리칸 원주민 ‘시애틀(Seattle)’족 족장의 딸 ‘앤젤린 공주(Princess Angeline)’입니다. 얼굴 가득한 주름,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깊고 검은 눈, 회한이 서려있는 듯 비뚜름하게 다문 입술… 오랫동안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속절없이 빼앗겨야만 했던 북미 원주민들의 가슴 아픈 역사와 사라져 가는 기억의 한 조각이 담겨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진은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민속학자인 에드워드 커티스(Edward S. Curtis)의 작품으로, 그는 1901년부터 1930년까지 30여 년간 미 서부 80여 개 부족을 방문해 원주민들의 신화와 민속, 사회구조, 종교, 노래, 언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그 내용을 담아 펴낸 『The North American Indians』는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소중한 기록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커티스는 원주민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릇된 이미지를 만들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일조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그는 원주민들의 순수함, 혹은 때묻지 않은 원시성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사진 속에서 탁상시계 같은 현대적 문물을 지워버리기도 했고, 민속 춤을 추는 장면 등을 찍기 위해 모델료를 주고 원주민들을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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