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위 영국사례 소개 “환경과 지역경제 같이 살려”
장항산단 환경영향평가에서 ‘재검토’ 결론이 나온 이후 서천 지역 주민들의 발전욕구를 수용하면서 서천군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거대 배후도시도 없고 성장동력도 없던 낙후지역 중 자연환경을 활용,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몇가지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영국 남서부 콘월주의 ‘에덴 프로젝트’는 서천군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잃어버린 정원’ 복원에서 영감 얻어 = 콘월주는 런던으로부터 항공으로 1시간, 버스로 6~8시간, 열차 5시간 내외 걸리는 잉글랜드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다. 콘월지역은 점토 광산 지역으로 산업혁명 이후 영국 도자기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였으나 도자기산업의 쇠퇴 이후 버려진 폐광이 되어 지역경제가 침체일로를 걸었다. 3559㎢의 면적에 50만 1267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나 인구의 22.9%가 연금생활자이며 영국 4대 빈곤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의 1인당 GDP는 영국 평균의 62% 수준이다. 에덴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은 폐광지를 이용한 거대한 식물원이다. 이는 인근 ‘헬리건의 잃어버린 정원’(The Lost Garden of Heligan) 복원사업에서 큰 영감을 얻은 사업이다. 헬리건의 잃어버린 정원은 1차대전 후 버려진 가든이었으나 1992년 4월 17일 일반에 재공개된 후 영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식물원으로 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www. heligan.com/) 에덴프로젝트는 폐광지역을 대상으로 한 재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식물과 인간, 그리고 자원 사이의 상생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2540억원이 투자됐고 이 자금은 대부분 토양오염 개선사업과 배수시설, 식물 구매, 기증받은 식물 운반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이 일대 폐광(open pit)지역은 대부분 지하수면에 비해 12m 낮아 배수시설과 토양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실제 에덴프로젝트 안의 토양은 폐광의 폐기물과 음식 쓰레기와 유기물을 이용한 인공토양이다. 식물들은 일부 구매와 세계 각국의 식물원과 왕립정원 큐가든에서 기증받았고 비용은 대부분 운반 및 식재에 사용됐다. 온실운영 연료는 태양전지를 통한 전기에너지와 갈대류 등 바이오매스를 이용한다.
◆영국 내 방문객 5위의 관광명소로 = 에덴프로젝트는 단순한 식물 관람 기능은 배제하고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한 동선 및 테마를 배치했다. 또 계절별로 다양한 야외·실내 행사를 열고 있다. 봄에는 100만 포기의 구근식물을 심어 꽃을 피우는 ‘블루 매니아’, 여름에는 열대우림의 밤을 체험하는 ‘정글의 밤’, 겨울철엔 70% 이상의 참가자가 인근 지역 주민인 ‘얼음썰매’ 행사가 열린다. 에덴프로젝트는 2001년 3월 개장 이후 2006년 10월까지 약 826만 6831명이 방문, 영국 내 관광지 중 방문객 순위 5위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영국 내 유료 관광지 중 방문객 순위 1위는 런던 아이, 2위는 런던 타워, 3위는 큐가든, 4위는 에딘버러성이다) 특히 여름휴가 시즌과 연휴기간을 중심으로 방문객 수가 급증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예상 인원에 비해 매우 많은 수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초 사업 추진시 예상 방문자 수는 연간 75만명 정도였다. 방문자들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지역 주민들이 많고 주로 간선도로 및 철도망이 연계된 지역 주민들이다. 방문객의 대부분이 젊은 가족단위 방문객이며 젊은 부부와 청소년층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14세 미만 유소년층의 증가는 학교 및 가족 단위 교육활동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정규수업과 연계한 워크숍 행사 등으로 영국의 1400여 학교에서 1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에덴프로젝트를 방문했다.
◆1조 3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 창출 = 에덴프로젝트는 2001년 개장 이후 2006년까지 지역경제에 연간 2700억원, 총 1조 3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덴프로젝트의 상시 종사자는 약 500여명으로 대부분 현지에서 고용됐다. 고용인력의 75%는 고용 전 실업자 상태였으며 40%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관광객들은 식재료의 82%, 소비재 상품의 55%를 콘웰 지역에서구입하며 관련 서비스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한다.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에덴프로젝트 이후 약 17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를 가장 중요한 홍보요원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2005년 방문자 설문조사에서 10점 만점에 9.1점의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인근 세인트 어스텔 지역의 재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숙박시설 등의 확충으로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제3의 대안 모색할 수 있다”
서천지역주민·환경단체 첫 만남 “예산확보 등 현실적 대안 필요”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업계획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 절차’를 거쳐 사업 추진여부를 판단, 서천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을 보상하기 위한 지원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장항갯벌보전대책위)
“장항산단이 된다고 해서 서천이 당장 발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서천도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일 뿐이다. 희망을 꺾지 말라.” (장항국가산업단지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 김경제 대표)
“서천군 재정자립도가 8.8%다. 도비·국비가 내려와도 군에서 부담할 예산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이 이런 사정을 알고나 있나.” (장항산단 비상대책위 관계자)
“장항산단 조성시 예산의 95%는 건설업체가 가져간다. 서천 발전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백번 낫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
“왜 17년 동안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런 토론회를 여는가. 서천 발전을 위한 토론회라면 서천지역에 와서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천지역 주민)
“장항갯벌이 죽은 건 우리 주민 탓이 아니라 금강 하구둑 때문이다. 환경부는 하구둑을 터야 한다는 말을 왜 못하나.” (서천지역 주민)
지난 27일 열린 ‘서천지역 발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토론회에는 ‘장항국가산업단지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 김경제 대표를 비롯한 40여명의 서천지역 주민들과 장항갯벌 보전대책위 등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천 주민들과 장항갯벌 보전대책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예산 확보·관광지구 지정 등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면 제3의 대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지속가능발전소 최진화(장항 거주) 소장은 “오로지 매립이라면 대안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어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뜻을 모아나가자”고 제안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