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부터 10월17일까지 3주간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의 당사국 총회(COP-12)가 열렸다. 바이오 안정성 의정서와 나고야 의정서의 당사국회의를 겸하여 열린 이번 행사는 전 세계 164개국에서 2만여명의 대표가 참석한 적지 않은 규모의 행사로 치러졌다. 비록 언론의 관심이 높진 않았으나 2020년까지의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단계별 이행방안을 담은 평창로드맵과, 이를 지지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역할이 포함된 내용의 강원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생물다양성협약(CBDㆍ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1992년 리우정상회담에서 체결된 3대 국제환경협약 중 하나이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종이 감소하는 것도 기후변화 못지않게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인류문명이 생태계라는 순환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파괴는 가속화
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구상의 생물 종은 1300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매년 5만종가량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이는 자연상태에서의 멸종속도보다 50~100배나 빠르다고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0년까지 100만종이 사라지고 향후 20~30년 내에 지구 전체 생물 종의 25%가 멸종될 것으로 예측된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태순환고리의 어느 한 곳이 끊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조약을 통해 생물의 다양성 보존을 추구하고 있다.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워싱턴협약이나 중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협약 역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이번 평창에서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며 생물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되었다. 1993년에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93개국이 현재 협약당사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한적인 국토에서 생태자산의 보존에 대한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했다.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헐벗게 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하기도 하였고, 전쟁의 결과물이었지만 비무장지대(DMZ)라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고도 귀중한 생태적 자산을 보유하게도 되었다. 급속한 산업화 및 4대강 사업 등과 같이 생태학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사업도 있었지만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노력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총회에서 당사국 간 협력을 증진하고 생태복원이나 역량 강화 사업추진에 한국의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의 ‘강원선언문’을 이끌어낸 것도 그 연장선에서 가능했다고 본다.
인류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생태자원의 가치는 충분하게 고려되지 못해왔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파국에 이르는 공유지의 비극처럼 각국이 경쟁적으로 생태자원을 수탈하는 바람에 인류가 점점 생태적 벼랑으로 떠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자원의 고갈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는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지속가능경영이나 녹색성장과 같은 구호는 경제활동과 생태계 보호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생태적 자본(Natural Capital)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가 미래 저탄소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의 요체이다.
이번 총회의 슬로건 역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 다양성’이었다. 이번 총회는 2020년까지의 국제적 생물다양성 전략목표 달성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개최되었고, 평창로드맵과 강원선언문의 채택으로 우리나라가 향후 2년간의 의장직을 수행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DMZ를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평화와 생물다양성 다이얼로그’를 선언문에 포함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국제적 협약은 통상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이해상충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생물다양성협약에서도 재원동원 목표에 대한 개도국과 선진국의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중재로 합의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후발 산업화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두 그룹을 중재하기에 유리한 입장이다. 기왕에 녹색성장의 기치를 국제사회에 내걸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생태보전에 대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 경제발전과 생태보전을 병행시키는 모범사례를 만들고 그 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회의가 그 길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은종환(에코시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