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심신의 욕구에서 부족과 결핍이 없는 충만의 자족의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친 사람은 휴식을 병든 사람은 건강을 바라고,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은 경제적 여유를 추구하며, 소외로 외로운 사람은 관심과 배려를 바란다. 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가 바로 행복이다. 유학에서는 ‘일용사물지도日用事物之道’라고 해서 이러한 행복이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존재함을 강조한다. 행복 추구의 장이 가정, 직장 혹은 지역사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삶의 터전임을 말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직장은 현대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바로 직장이다. 소속된 직장 또는 조직의 지속적 번영과 거기에 속해서 일하는 가운데 느끼는 자아실현의 충족감과 자존감은 사람들이 행복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두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과 조직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과 기법을 도입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사업영역 이른바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들 사이에 성공과 실패가 나뉘고 끊임없는 기업의 부침이 존재한다. 이는 경영기법이나 기술적 요인 외에도 기업의 발전을 좌우하는 다른 중요한 인소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기업이 지닌 조직문화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고, 구성원들의 가치공유의 정도와 실천의 능동성 등에서 차이가 있고, 그러한 노력에 대한 외부 고객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성패와 지속적 발전가능의 여부는 결정짓는 관건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근래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측면에 주목해 지속경영과 구성원들의 행복성취의 지혜를 우리의 전통문화와 가치에서 찾고 있다. 그러한 모색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진 한국적 지속영영의 사례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경주 최부자의 사례이다. 경주 최부자는 12대 300여년에 걸친 만석꾼으로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부의 승계를 실현한 전형적인 지속가능 경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자 집안의 성공 비결은 재물보다 의리를 우선시하고 집안의 이익을 넘어서 지역과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민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담은 가훈에 있다. 최부자집의 가훈은 일종의 경영철학이기도 한데,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멀리 보는 경영, ‘견리사의見利思義’의 도덕적 경영,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는 경영이 그 핵심이다. 한편, 기업이나 조직 성원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함으로서 타인의 존경 대상이 되고 스스로 자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례는 퇴계 이황에게서 찾을 수 있다. 피붙이인 증손자의 생사가 걸린 사안에서도 노비신분인 유모의 아기에 대해 배려를 한 인간존중의 마음, 미천한 대장장이 배순을 제자로 거두어 가르침을 준 인간애, 며느리 봉화금씨로 하여금 죽어서도 가까이 묻혀 시아버지를 모시고 싶은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한 고귀한 인격의 감화력 등은 인간 퇴계의 행복과 성공의 비결이었다. 경주 최부자와 퇴계 이황의 사례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유학적 가치인 인의仁義와 지행합일의 실천이다. 즉, 눈앞의 사사로운 이해를 넘어서는 의로움의 추구와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그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바로 유학의 핵심적인 가치로서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조선왕조 500년 지속경영을 가능하게 한 열쇠이기도 하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의 등불이다. 선인들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난 40년의 산업화 성과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고,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배워야 할 소중한 자신이다. 오늘날 경영학계에서 유학적 가치와 문화에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자이래 유학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영위하려는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조직문화와 가치 그리고 리더십의 핵심이 되는 인간관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그해답을 모색해 왔다. 유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격인 군자는 바로 그러한 가치를 체현한 사람을 가리킨다. 또한,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견리사의’의 정신은 지속경영의 기업이 갖추어야 할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기업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리더의 자기절제와 배려의 마음, 인화중시의 문화 등은 유학적 가치에서 길어올 수 있는 지혜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유학의 핵심적인 가치를 구성하는 오상五常, 즉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오늘날 기업경영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잘 제시하고 있다.
먼저, 타자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고 개방성과 포용성을 지향하는 인仁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경청·공감과 공유·솔선수범의 실천·지원과 후원의 관리로 구체화되어 일체지향의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이다. 다음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의미하고 정의로움과 의연함을 지향하는 의義는 사익을 넘어선 공익의 추구, 윤리적인 방식에 의한 목표달성의 추구로 구체화되어 정도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겸손과 절제 그리고 질서를 의미하는 예禮는 기업관리에 있어서 상하급자간 상호 권한의 존중, 규범과 원칙준수로 구체화되어 조화지향의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이다. 배움에 대한 추구와 그 결과로 얻어지는 지혜와 직관을 의미하는 지智는 기업관리에 있어서 균형 있는 의사결정, 학습과 연수 등의 자기계발을 통한 전문성의 강화 등으로 구체화되어 최적지향의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정직, 신념 그리고 책임감을 의미하는 신信은 책임감 있는 결단과 실천,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제고, 의사소통 촉진의 관리로 구체화되어 신뢰지향의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 흔히, 많은 기업들이 소유주 중심의 주주가치 극대화의 근시안으로 인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수 주주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회사를 사용화私用化함으로써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결국은 그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해치고 브랜드 가치를 저하시키는 데 이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기업들이 기업경영에 앞에서 언급한 유학적 가치를 접목해 실천할 경우,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자아의 진심과 성의를 확립해(忠) 자기성찰(敬)에 기초한 덕의 리더십을 구비할 수 있고, 안으로는 기업의 구성원에 대해 밖으로는 고객과 협력업체, 그리고 기업이 속한 국가와 인류사회에 대해 배려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기업 구성원 개인의 측면에서는, 경敬에 기초한 충서忠恕의 실천을 통해 이기적 욕망을 절제하고 자기진실성을 확립함으로써 동료 및 고객과의 배려와 소통이 가능해지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높이고 전문지식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선공후사先公後私, 즉 공동체 중시의 실천은 개인의 성공과 행복의 전제인 조직의 성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직업윤리의 자각과 준수는 공과 사의 엄정한 구분을 가능하게 하고 도덕적 정당성(義)과 사사로운 이익(利)의 구분에 기초해 부당한 이익의 추구를 경계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경영의 지혜를 굳이 멀리 서구에서만 배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기업들이 유학적 가치에서 지혜를 배우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멀리 보는 기업경영으로 이어져 한국적 지속경영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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