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15년 안에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80년 후엔 지구에서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환경적 재앙이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미 유럽과 한국의 젊은 세대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엔트로피', ‘3차 산업혁명', ‘한계비용 제로 사회’ 등 저서로 유명한 제레미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10월 23일, 24일에 걸쳐 열린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이렇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시아미래포럼은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Great Transformation: The New Deal for a Sustainable Future)’를 주제로 전세계 석학들과 정부기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석해 어떻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 및 경제사회적 불평등에서 비롯한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지 고민하는 자리로,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논의되는 기술적·정책적 방안에 대해 다뤘다.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Great Transformation: The New Deal for a Sustainable Future)’를 주제로 열린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의 현장
제레미 리프킨은 영상으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인류가 직면한 저성장 · 불평등 · 기후변화 등 위기에 대해 과학자들은 ‘대멸종의 시기’다"라고 진단하고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탄소기반 문명에서 벗어나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리프킨 박사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현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은 첫째,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 둘째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마지막으로 ‘전기차와 수소전지차, 자율주행 차량 등 새로운 운송 기술’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 인프라가 서로 융합하여 시장경제를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바꾸고, 경제 및 사회 활동과 거버넌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평적 소통을 확장시켜 ‘세계화’에서 ‘현지화’ 시대로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프킨 박사는 이런 기술적 혁신이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이뤄져야 “지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생활방식을 갖추면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정부의 역할은 다양한 사회적 단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 리프킨 박사는 “정부는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재난으로 인한 막대한 규모의 대응과 배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영리단체, 종교 단체, 학생, 지역사회, 상공 회의소, 노동조합 등 모두가 모여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이 메시지에 이어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활동과 비전을 나눴다. 특별강연에 앞서 영상 축사를 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양극화, 소득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안전망을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격차의 해소는 전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법과 제도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정치권의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마르코 마르투치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장, “환경위기와 건강불평등, 순환경제로 해결해야"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장인 마르코 마르투치 박사는 ‘환경위기와 건강불평등’이라는 주제로 극단적인 기상 이변과 그로 인한 재난, 대기오염, 수자원오염, 수자원부족 등 환경 위기가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마르투치 센터장은 “유해한 독성물질이 고임금 국가에서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우려하며 환경문제와 그 피해에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유해폐기물 외에도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의 피해는 전세계적으로 공평하게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결국 취약 계층이 환경에도 더욱 취약한 ‘환경불평등’의 상황에 놓여있고 이는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WHO가 발표한 각종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 10만명 단위로 표시된 이 지도에는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주로 가난한 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WHO 관련 기사 [바로가기]
그는 WHO의 연구결과를 설명하며 “2030년에서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연간 25만명의 추가적인 사망자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며 “농촌지역, 작은 섬과 연안 마을, 대도시 어디에 살든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을 것이다. 가뭄, 홍수, 폭염이 늘어나고, 습도와 열기로 인하여 말라리아와 댕기열 바이러스와 같은 매개체 감염 역시 더욱 증가하며, 가뭄으로 인해 식량생산이 불안정해져 기아와 가난은 더욱 늘어나고, 대기오염은 추가적인 알러지와 천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한 보건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는 리사이클링 등의 ‘순환경제’를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순환경제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영향과 천연자원·원자재에 의한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도시의 녹지공간(Green space)은 건강을 위한 길”이라며 녹지공간의 확충을 강조했고, “전세계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칸막이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선순환 만들어야”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보고서 작성을 위한 UN 지정 독립과학자그룹 15인으로 선정된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적 노력’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9 UN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보고서 [바로가기]
김 교수는 빈곤퇴치, 교육,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양성평등, 불평등해소, 등 유엔이 2030년까지의 달성하기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의 추진 현황을 평가했다. 특히 그는 목표들 간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하며 “빈곤퇴치 노력은 토양 침식, 식량 폐기물 증가, 생물다양성 감소 등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SDGs 목표들 간에는 서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상충(Trade-off)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에 그는 “하나씩 분리해서 생각하는 칸막이식 사고에서 벗어나 상호작용을 고려하고 목표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공동 혜택을 늘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삶의 질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식량 시스템 △에너지 시스템 △도시와 주변부의 발전 △전세계 환경 공유재로 대변되는 6가지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이루어야 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4가지 도구로 △거버넌스 △경제 금융 △개인과 집단의 행동 △과학 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빈곤 문제의 주요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교육과 성평등 강화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며, 개인들의 참여와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사회학 명예교수, “개방적 자세를 토대로한 거버넌스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사회학 명예교수는 오후 실시간으로 연결된 스카이프 영상 강연을 통해 기후변화와 개방적 자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오늘날 도시가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다"라며 “개방적 자세를 토대로한 거버넌스(Governance)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모든 이해당사자가 힘을 모으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스카이프를 통해 실시간 기조강연 중인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사회학 명예교수.
세넷 교수는 “물을 급수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홍수에 취약한 지역에서 사람들을 이주시키며 석탄을 대체하는 에너지 사용법을 고민해야한다”며 “우리 모두의 오랜 습관을 바꾸는 데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정의’, ‘공존과 평화’, ‘SDGs’ … 미래를 위한 실천 키워드
이날 포럼에서는 정책대담과 기획세션 등 다채로운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정책대담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좌장으로,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이사와 마르코 마르투치 센터장, 김은미 교수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조명래 장관은 "환경정책 기본법에서는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개념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된다”고 소개하며 환경 불평등의 한 예인 건강불평등 문제도 중요한 환경 정책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획세션에서는 박명림 연세대학교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다층적 유산의 공존과 평화의 기회’라는 주제로 왕후이 중국 칭화대학교 인문학부 교수와 ‘21세기의 거대한 전환 동양화(Easternization),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안보’ 라는 주제로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학교 명예교수의 특별발제가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문태훈 위원장은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며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동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협력과 질서, 평화를 위한 주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사들의 발표 및 강연 자료는 2019 아시아미래포럼 공식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무료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hellomada.kr/2019/ko_board/bbs_view.php?idx=634&bbs=reference&q_cd_site=1&page=1